미얀마 "로힝야족 돌아오라" 돌변.. 구멍 난 경제 탓?

정민승 입력 2018.11.11. 15:58 수정 2018.11.11. 17:46 댓글 241
음성 기사 듣기
번역 설정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외국인 투자 줄고 EU 제재 연장

미중 무역전쟁에도 혜택 못 받아

미얀마 정부, 방글라데시 찾아

난민 대표 만나 귀환 설득 작업

“집단 학살 여전... 안 돌아갈 것”

난민 72만명 신변안전 보장 요구

미얀마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경제도시 양곤 전경. 미얀마타임스 캡쳐

무차별 유혈탄압으로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로 내쫓았던 미얀마가 난민 대표들을 직접 만나 귀환 설득 작업을 벌이는 등 이들 난민들의 송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사태 이후 외국인직접투자(FDI)와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자국 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11일 로이터 등 외신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미얀마 정부 관계자들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로힝야족 난민 송환 계획을 논의한 데 이어, 접경지 난민촌을 찾아가 난민 대표들에게 귀환을 설득했다. 미얀마 외교부에 따르면 미얀마 거주 사실이 확인된 난민 4,000여명 중 2,260명을 오는 15일 1차 송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외신에 따르면 송환일이 다가올수록 난민들은 강제 송환을 우려하며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방글라데시 내 한 난민촌에서 6명의 가족과 지내고 있는 난민 아민(35)은 “1차 송환 대상자 명단에 내 이름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강제 송환될까 봐 걱정돼 잠도 못 자고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극빈국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는 1년 전부터 난민 복귀를 추진했고, 송환을 합의한 바 있다.

로힝야족 난민촌장을 역임하는 등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는 현지 소식통은 “유엔 조사단이 집단학살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고 했고, 며칠 전엔 미얀마 국경초소에서 난민촌으로 총알이 날아들기도 했다”며 “미얀마로 돌아가려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유엔난민기구(UNHCR)는 미얀마 서부 라킨주의 상황이 난민들의 귀환에 적절치 않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 내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은 72만명이다. 이들은 송환에 앞서 미얀마 정부에 신변안전 보장, 잔혹 행위에 대한 배상 등을 요구했지만 미얀마 당국은 이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난민 구호단체들은 최근 이런 난민들의 목소리를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 전달하고 강압적인 난민 송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난민들의 싸늘한 반응에도, 미얀마 정부가 송환을 밀어붙이는 건 자국 경제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분석이다. 현지 한국 봉제업체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생산시설의 미얀마 이전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혜택을 미얀마는 못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2017-2018 회계연도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9억달러 감소했다. 신흥국으로서 FDI 유입이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계 최대 농산물 생산유통 업체 C사의 현지법인 부대표인 한 소식통은 “투자금의 미얀마 군부 유입 가능성을 들어 본국에서 투자 철회를 권고가 있었다”며 “현지 농업기업 인수를 최종 단계에서 접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4월 로힝야족 탄압을 이유로 미얀마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1년 연장한 바 있다. 또 유혈탄압을 주도한 미얀마 군 장성들을 대상으로 유럽 내 여행 금지 및 자산 동결 조치를 내려놓고 있다. 앞서 아웅 나 우 미얀마투자위원회(MIC) 사무총장은 “향후 2,3년간 서구로부터 많은 FDI를 기대할 수 없다”며 “대신 동아시아 국가들의 투자에 의지할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얀마 정부는 사태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과 함께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자 투자 관련법을 개정, 올해부터 외국인들의 미얀마 투자 문턱을 대폭 낮춰 놓고 있다. 과거 지분 1% 소유만 소유되고 외국인 회사로 간주됐지만, 34%까지 소유해도 미얀마 기업으로 대우를 받는다. 또 로힝야 사태로 유럽 등지로부터의 관광객이 줄어들자 한국과 일본, 홍콩, 마카오에 대해서는 비자를 면제해 관광산업 유지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조회 수 :
517
등록일 :
2018.11.11
18:19:49 (*.231.92.132)
엮인글 :
http://www.chan.pe.kr/xe/writing/1216259/838/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chan.pe.kr/xe/1216259
옵션 :
: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1 대한민국 국적 관광객 대상 비자면제 연장 안내 김학영 2019-09-08 116
310 도요타 자동차, 미얀마 조립공장 설립 예정 김학영 2019-06-03 200
309 2019년 변경된 1년 멀티비자 김학영 2019-05-02 505
308 「新회사법」 발효 예정 김학영 2019-03-08 356
307 미얀마 군부 의회 김학영 2019-02-25 638
306 미얀마에 현대車 생산기지 김학영 2019-02-08 409
305 미얀마의 불교성지 쉐다곤 파고다 김학영 2019-01-21 898
304 미얀마(버마)의 역사 김학영 2019-01-21 904
303 미얀마 '로힝야 학살' 취재기자 구속 1년.."수치 정부에 부담" 김학영 2018-12-25 911
302 우정의 다리 착공식 김학영 2018-12-25 1169
301 미얀마 여행객이 맛보야 할 13가지 미얀마 전통음식 김학영 2018-12-15 1068
» 미얀마 "로힝야족 돌아오라" 돌변.. 구멍 난 경제 탓? 김학영 2018-11-11 517
299 교류 협력 김학영 2018-11-10 1101
298 미얀마 2018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 김학영 2018-11-06 1119
297 미얀마 민주주의의 딜렘마 김학영 2018-08-11 829
296 미얀마, 역사에서도 '인종청소' 대상 로힝야족 지운다 김학영 2018-07-14 1910
295 포포와 가을이의 젊은 날의 초상 김학영 2018-07-14 1964
294 미얀마에서 온 편지 [115] 라후족, 고구려 후예인가 김학영 2018-07-14 1847
293 하프와 공작새-미얀마 현대정치 70년사 김학영 2018-07-13 789
292 미얀마는 위험 닥치면 숨는 거북이...왜? 김학영 2018-07-13 1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