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역사에서도 '인종청소' 대상 로힝야족 지운다

문화종교부 '로힝야 부정' 역사책 저술 추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군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한다는 논란 속에 이번에는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을 자국 역사에서 지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14일 AF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종교문화부는 최근 로힝야족이 자국의 토착 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역사책을 편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종교문화부는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로힝야족의 존재를 통해 분란을 일으키고 미얀마의 정치적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외국인들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한 논문을 준비 중"이라며 "우리는 미얀마의 진정한 역사를 담은 책을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미얀마 역사에서 '로힝야'라는 단어가 특정 민족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로힝야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역사책 저술 시도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거주지 작전 과정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을 일삼아 '인종청소'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 학살 주장을 일축하고 있지만, 그동안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한 2만8천여 명의 난민들은 피해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또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1천500여 채의 민가가 불타거나 붕괴했으며, 훼손된 민가 인근에 군대 주둔지가 있었다는 점을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로힝야족 학살 주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동남아와 남아시아 무슬림 국가를 중심으로 학살 반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자,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은 조만간 아세안 외무장관들을 초청해 로힝야족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로힝야족의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아라칸) 정착사에 대해서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학자들은 아라칸에 로힝야족을 비롯한 무슬림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시기를 15세기로 보기도 하고, 일부는 이 지역을 식민통치한 영국이 벼농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입시킨 이주민들의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미얀마 정부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48년 이슬람계 소수민족 출신 의원이 처음으로 로힝야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여하튼 로힝야족은 이 지역에서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살고 있지만, 다수인 불교도들은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지역에서 유입된 불법 이민자를 뜻하는 '벵갈리'로 부르며 차별해왔다.

유엔은 이들을 세계에서 가장 핍박받는 민족 중 하나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2012년 불교도와 로힝야족 사이에 유혈 충돌이 발생해 200여 명이 숨진 사건 이후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은 훨씬 심해졌다.

파키스탄 로힝야족 학살 반대 시위[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파키스탄 로힝야족 학살 반대 시위[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경 넘는 로힝야족 감시하는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원[AP=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경 넘는 로힝야족 감시하는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원[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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