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베고 敵을 기다린다  

- 7년 구형받은 김관진의 최후 진술

- 장군의 명예도 검사처럼 존중돼야

검사에게 검사의 명예가 있다면 장군에겐 장군의 명예가 있다. 

지난 금요일,서울중앙지법 425호실은 김관진(70) 전 국방장관의 유죄를 논고하는

천재인(39) 검사의 집념과 장군의 명예를 지킨 김 전 장관의 비감이 교차했다. 

문재인 정부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김관진의 정치관여·직권남용 혐의’의 결심공판이 열린 자리. 

검찰은 최고 형량인 7년을 구형했다. 
판결은 오는 21일 김태업 판사가 내릴 것이다. 

결심공판은 겨울 해가 완전히 넘어간 뒤 끝났다.

법원 창밖의 진한 어둠 속에 진행된 김관진의 최후진술은

그에게 닥칠 운명이 무엇이든 역사에 새겨둘 가치가 있다. 

그에게 장군의 명예는 사적인 것이 아니라 목숨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군의 양심이었다.

“저는 47년간 국민을 지키는 일을 하늘이 준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정권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만이 저의 양심이었다”
로 입을 연 김관진은


“2010년 12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무거운 마음으로

국방부장관에 취임해 침과대적(枕戈待敵), 창을 베고 누워서

적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직을 수행했다”
고 회고했다. 

9년전으로 시간을 돌려보면 전군 장병에게 보낸

국방장관 지휘서신 제1호에 침과대적이 나온다. 

이 표현 바로 전에 노량해전에 임하면서 이순신 장군이 쓴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

이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유한이 없다)”
이란 전쟁시가 인용됐다. 

실제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전사한다. 

좀 더 취재해 보니 김관진은 국방장관 초기 1년반을 가족을 물리치고

한남동 공관에서 홀로 지냈다. 

결연한 대비태세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아내와 딸들은 북한 방송이 ‘전쟁광 김관진’을 처단 대상 1호 인물로 선정해

끔찍하게 살해한다는 가상의 장면을 내보낸 뒤에야 공관에 들어왔다. 

김정은은 김관진을 두려워 했다. 

김 전 장관은 이른바 3대 응징방침,

즉 

‘도발 원점 타격

’‘적 지휘부 공격’‘

'선조치 후보고’

를 평시 훈련에서 시행했다. 

압도적이면서 정밀한 군사력으로 뒷받침 된 아덴만 작전의 성공,

서해 상에서 한국 해군의 확고한 대처에도 김정은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으로 우리 병사 두 명의 다리를 잘라야 했을 때

김관진은 청와대 안보실장이었다. 

대치 상태에서 북한군이 불을 뿜는 순간 10배 이상의 한국군 응징 화력이 작동했다. 

김정은은 꼬리를 내리고 서면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김관진의 진술은 

“사심이나 정치적 의도를 가진 적이 없다. 
부하들에게 입버릇처럼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던 제가

이 문제로 재판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부하들의 선처를 부탁드린다”

로 끝났다. 

자나깨나 대북 억제력만 생각하던 국방장관이 국내 선거판에나 기웃거린

타락한 정치군인으로 둔갑한 건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공안검사는

‘국군은 사이버 심리전을 할 때 북한의 지령을 받은 댓글이라는 게 증명되지 않으면

대응전을 펼치지 말아야 했다’
는 논리를 들이 댔다. 

한국군의 댓글 대응 여부를 일일이 북한 쪽에 물어봐야 한다는 얘기인가. 

이런 식이면 거의 모든 심리전이 불법일 것이기에

국방부는 사이버사령부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사이버전에서 뚫릴 국가안보는 누가 책임질건가. 

검사는 한 번 수사하면 표범이 사냥하듯 굴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적의 공격을 불굴의 의지로 응징해야 하는 장군과 비슷하다. 

세상이 얼마나 얄궂게 변했는지 적을 응징한 장군들을

검사가 너무 많이 잡아 넣고 있다. 

그러다 어떤 장군은 죽기까지 했다. 

표범같은 검사는 좋은데 사냥감을 잘못 택한 건 아닌가.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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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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